이명진 환우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터넷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만 49세 혈우병B 중증환자입니다.

예전엔 다른 혈우병 환우와 같이 자연출혈도 있어 혈액응고제재를 주기적으로 투여하였고, 10대 후반에 생긴 양쪽 발목 연골의 영구적 손상으로 지체장애 4급 판정도 받았습니다.

현재는 꾸준한 운동과 관리를 통해 지난 수년간 2회 정도 예방적 차원의 투여 외에는 응고인자 투여를 하고 있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시나요?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좋아했었고,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아 걸음걸이가 어렵던 상황에서도 꾸준히 걷기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탔습니다. 이 후 2006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1년 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근육과 관절이 익숙해 질 수 있도록 아주 가볍게 시작하였으며 이후 점차 무게를 늘려 정상인 수준으로 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효과는 몸으로 체감하는 바가 상당히 컸습니다. 근육과 관절에서 자연출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자전거를 타거나 다른 사고가 발생해 충격이 가해졌을 때 응고인자 투여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출혈이 적거나 회복이 빨랐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까지 주 3~4회의 웨이트 트레이닝, 주말에 자전거 타기를 병행하였으며, 현재는 감염의 우려로 웨이트 트레이닝은 약 2년간 쉬고 있는 중입니다만 곧 재개할 계획입니다.

Q. 운동으로 인해 삶의 어떤 부분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을까요?

삶의 다양한 부분에 자의적, 타의적으로 제약이 있었으나 현재는 가족들도 제가 환자라는 생각을 잊게 된 만큼 일반적인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Q. 직장 생활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혈우병 중증 환자이지만 나름대로 관리를 잘 하며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 ‘자존감’이 직장 동료들에게는 업무적 자신감과 지치지 않는 열정의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좋아진 체력만큼 업무에 대한 피로감이 적어진 부분도 직장 생활에서 크게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Q. 나와 맞는 운동을 찾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예전에는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근육과 관절은 사용해야 하고, 중증환자의 경우 이로 인해 출혈이 우려되어 운동 자체에 대해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병원이나 주변 환우들이 수영이 무리가 덜 하다고 하여 추천을 하였으나, 코로 물이 들어가는 경우, 콧속 혈관에 자극이 되어 코피가 나는 경우가 많아 몇 번만에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양쪽 발목 연골 손상은 십대 중반쯤 시작되어 10대 후반 정도에는 의료용 지팡이나 목발 없이 자력으로 걷기 힘든 상황까지 갔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절망적인 순간이었으나 병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통제와 압박붕대를 감고 매일 꾸준히 공원을 절룩거리며 걸었고 하체 근육에 힘이 생기면서 통증이 줄고 진통제도 어느새 먹지 않고 걷기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평일엔 걷기, 주말에는 자전거를 꾸준히 타게 되었고, 20대 중반을 지나면서는 보조기구 없이 정상적인 보행은 물론 주변에서도 장애를 거의 알아채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30대 중반쯤 왼쪽 팔을 다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큰 통증이 없어 가볍게 넘겼으나 어깨 안쪽에 이두근으로 가는 신경에 출혈과 함께 손상이 발생되어 왼쪽 팔이 마비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약 6개월간 재활운동을 통해서도 회복이 되지 않는다면 이식수술을 고려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 500그램 수준의 가벼운 아령으로 꾸준히 재활을 하였고, 3개월 후 1킬로그램, 6개월 후 정상적인 근력 상태로 회복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제대로 된 운동법을 배우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추천해 주실만한 운동 비법, 장소, 노하우 등을 이야기 해 주신다면?

웨이트 트레이닝은 자신의 나이, 신체와 맞는 정확한 자세, 무게, 횟수 등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꾸준히 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홈트레이닝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운동에 대한 마음가짐도 중요하고, 운동에 대한 정확한 자세 등의 통제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부하가 덜 한 운동을 집에서 할 경우 근육에 부하는 적으면서도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아 운동은 꼭 트레이닝 센터에서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Q. 보통 운동과 식이요법을 함께 고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서도 본인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식이요법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운동을 하는 경우 특별하게 단백질 식단이나 저탄수화물 식단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남들에게 보이고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을 위해 평생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식단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비타민 K1의 경우, 혈우병 관련된 해외 논문을 읽다가 비타민 K1의 작용에 대해 보게 되어 유일하게 먹는 건강보조식품이며, 피부의 멍이나 코피 등의 말초출혈 감소에 효과를 느끼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운동에 제약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혈우병 환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합병증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여 감염 원인을 차단하고 있고, 아직도 미감염 된 상태입니다.

실내 운동을 해야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대략 2년 정도 중단하고 있으며, 아직은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 조만간 추가 접종 후 재개할 예정입니다.

현재 평일에는 8천~1만보 가량 걷기를 하고 있고, 주말에는 자전거를 사계절 내내 꾸준히 타면서 체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관심을 갖고 계신 운동이나 향후 어떤 운동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양쪽 발목의 운동각 제한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지 않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마이너스가 될 수가 있기 때문에 현재 익숙한 운동에 충실할 계획입니다.

Q. 코헴지 독자들을 위한 팁이 있으시다면?

혈우병 환우들의 상당수가 관절 손상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관절에 부하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근력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 첫 번째는 전문가에게 몸 상태를 상세히 설명하고 운동 방법에 대해 도움을 받는 것이고, 두 번째는 꾸준한 노력도 병행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환자마다 개인 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한 후 본인에게 알맞은 강도로 운동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