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호 군 가족

지난해 3월 메이크어위시 재단(Make-A-Wish Foundation)은 한국혈우재단과 협조해 재단에 등록한 혈우환아를 대상으로 소원성취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적지 않은 혈우가족들이 참여했는데요. 어떤 소원들인지 궁금하시죠? 이번 호에는 손준영 군 가족의 소원과 일상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메이크어위시 재단은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성취기관입니다.

Q.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8인자 환우 정주호의 엄마 임수진입니다.

Q. 메이크 어 위시(소원성취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신 계기는?

A. 한 달에 한 번 응고인자를 받으러 혈우재단을 방문하는데 박혜련 간호사님께서 팜플렛을 주시며 혈우환우에게는 이번부터 기회가 주어졌다면서 꼭 참여해 보라고 하셔서 인터넷을 검색하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충분한 조사 후 주호에게 물어보니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서 2024년 3월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Q. 소원을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예를 들어 아이가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어떤 이벤트에 즐거워했는지 등)

A. 한 달 정도 기다리니 5월에 위시엔젤 네 분이 배정되었고 주 1회 줌으로 얼굴을 보며 첫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대답도 잘 못하고 부끄러워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참여도가 높아졌어요.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게임, 원하는 소원을 이루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주호의 소원은 유튜버 ‘허팝’님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예전에 한 번 ‘메이크 어 위시’에서 소원을 이루어 주신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만남을 가져 줄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너무 바쁘셨는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주호가 허팝님을 만나면 같이 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큰 기대를 안고 있었는데 만남을 갖지 못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음 소원이 뭐야?”라고 물어 보았더니 유튜버 ‘야코’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주호가 영상을 시청하고 있으면 저도 함께 옆에서 보곤 했는데 개성 넘치는 영상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메이크 어 위시 측에서 메일을 보냈지만 역시나 연락이 되지 않았어요. 주호의 세 번째 소원은 유튜버 ‘타키포오’를 만나는 것이었으나 이번에도 역시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주호는 마지막 소원으로 자기만의 컴퓨터를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형에게 컴퓨터가 있어서 자기도 컴퓨터를 가지고 게임을 하고 싶다고요. 한창 게임을 좋아할 나이라 소원을 통해 컴퓨터를 받게 된다면 평일에는 사용을 자제하고, 주말에만 사용하는 걸로 약속을 한 뒤에 신청했더니 위시엔젤님과 함께 컴퓨터의 색깔과 키보드, 마우스 등을 원하는 디자인으로 고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후 위시데이 이틀 전 학교에서 돌아와 컴퓨터를 보자마자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너무너무 기뻐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위시데이 당일 우리 가족의 편의를 위해 집 근처 파티룸에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안으로 들어가니 위시엔젤님들이 풍선을 예쁘게 꾸며 놓으셨더라구요. 차려주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러 가지 게임을 했는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보물찾기를 하고 빙고도 하고 퀴즈도 풀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호가 로블록스 게임을 좋아하는데 캐릭터로 장식한 아주 예쁜 케이크도 준비해 주셔서 먹기 아까울 정도였어요. 마침 주호 생일이 9월이라 행복한 생일 파티를 보낸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들을 기대에 찬 눈빛으로 풀어보면서 하면서 “우와~”하고 탄성을 지르며 기뻐했어요.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바로 앨범에 넣어 주시고 직접 쓴 손편지까지 준비해 주셔서 너무 감동을 받았습니다. 행복해하는 주호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주사 맞느라 힘들었을 텐데 잘 참고 견뎌준 날에 대해 보상받은 듯한 기분에 감사했고 매일 매일이 오늘처럼 기쁘고,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위시데이를 준비해주신 메이크어위시 코리아와 봉사자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Q. 이번 소원성취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부분이 좋았을까요?

A. 주호가 원하는 관심사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소원을 받았을 때 주호가 웃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Q.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출혈이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있다면 어떻게 조치하셨을까요?

A. 가장 크게 다쳤던 기억은 주호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앞니를 부딪친 적이 있습니다. 앞니가 빠지고 피가 나서 곧바로 대형 병원에 가서 응고인자 주사를 놓고 혈종을 제거한 후에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말을 듣고 하루 입원 후 다음날 퇴원했습니다. 다행히 유치가 빠진 것이어서 크게 걱정은 안했어요.

Q. 아무래도 다칠 염려가 있다 보니 바깥 활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원만한 교우관계와 사회생활을 위해서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 주호는 성격이 온순하고 차분하여 스스로 조심할 줄 아는 아이였어요. 친구들과 놀이를 할 때도 가만히 지켜보다 안전하다 생각이 들 때 함께 참여했고 위험한 행동은 최대한 피했어요. 킥보드를 처음 배울 때는 보호대를 하고 안전하게 즐기며 학교에서의 체육 활동도 빠지지 않고 잘 하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응고인자를 맞기 때문에 걱정을 덜 하게 되더라구요.

Q. 한창 외부 활동을 좋아할 나이인데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을 어떻게 관리해 주고 계신지요.

A. 작년부터 선생님의 인솔 하에 친구들과 함께 매월 1회 역사 체험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응고인자 주사를 맞고 선생님께는 주호의 상황을 설명 드린 후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연락을 주시라 부탁드렸어요. 보호자 없이 보내는 일이 처음이라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도 크게 다친 일 없이 잘 다니고 있습니다.

Q. 양육과 치료를 위한 정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A. 아이가 어렸을 때는 공동 육아를 하면서 비슷한 또래 아이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텃밭을 가꾸고 자연을 느끼도록 해줬어요. 배 따기, 상추, 토마토, 가지, 배추 등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길러 보면서 직접 수확한 채소로 요리도 해먹고 배춧잎 위의 달팽이도 관찰해보며 행복한 유아기를 보내게 했습니다. 다행히 응고인자 주사 덕분에 다칠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게 했어요.

공동육아를 하면서 친구들과 소통 하는 법을 배우고 근육도 조금씩 키울 수가 있었어요. 저 또한 홀로 육아하는 일이 힘에 부쳤는데 엄마들과 함께 서로 의지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도 공유하며 힘든 시간을 견뎌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달에 한 번 오는 코헴지를 통해 다른 환우들의 수기도 살펴보고 치료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여행 준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만약 여행가실 경우, 출혈 발생 등 응급사항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세요?

A.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주호의 외갓집이 전라남도 무안에 위치해 있어서 차를 타고 가면 다섯 시간 정도가 걸려요. 여름휴가를 포함해서 1년에 3~4회 방문하는데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불편할까봐 휴게소에 들러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출발하고 있어요. 응고인자는 여유분으로 준비해서 가고 혹시 모를 응급사항에 대비해 여행지에 가기 전 가까운 병원이 있는지 미리 확인해 놓고 있어요. 어렸을 때는 코피가 자주 나서 자가주사를 놓기 전엔 병원까지 30분 이상을 가서 주사를 놓았지만 이제는 가벼운 상처가 생겨도 직접 응고인자를 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Q. 제주도 외에 인상 깊었던 가족여행을 소개해 주세요.

A.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가족여행으로 필리핀에 다녀왔습니다. 숙소 앞 수영장에서 매일 물놀이를 하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스노클링 체험도 했어요. 바다 속의 다양한 물고기를 가까이에서 직접 보며 신기해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네요. 그리고 배낚시 체험 때는 주호가 직접 물고기를 잡고 너무 좋아했어요. 물론 현지인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요. 가족이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라 준비를 하는 동안 기대도 되고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2박 3일의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서 보니 정말 다녀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