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OO 님

Q.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8인자 중증 환우이자 평범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소시민입니다.

고등학생 아들과 아내, 이렇게 삼총사가 함께 웃고 떠들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죠. 대학을 졸업하고, 재단의 취업 교육비 지원 덕분에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그때는 ‘코딩이 뭔가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IT 회사에서 밥벌이도 하고, 가족도 꾸리고, 서울깍쟁이답게(?) 바쁘고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한 가지 잊지 않으려는 건 바로 건강입니다. 몸이 먼저 무너지면 집안도, 일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도 지키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오늘도 운동화 끈을 조이며 다짐합니다. "건강해야 오래, 웃으며, 즐겁게 살 수 있다!"

Q. 최근 롯데타워를 걸어서 오르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같은 도전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15년 전에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 재단 의원의 유기영 원장님께 상담을 받던 중, "운동은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가끔 자전거는 탑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원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건 취미고요, 운동은 최소 주 2~3회 꾸준히 해야 한답니다." 그 순간 번뜩, ‘아, 내가 지금껏 운동이 아니라 산책 겸 취미만 하고 있었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자전거를 정기적으로 타기 시작했죠. 하지만 겨울이 되니 빙판길에 자전거는 위험해서, 대안을 찾다 계단 오르기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생활 운동이 제 루틴이 되었고, 덕분에 체력도 부쩍 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TV에서 롯데타워 스카이런(SkyRun) 계단 오르기 행사를 보게 되었고,

‘어? 내가 맨날 오르던 계단, 이번엔 서울에서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자!’라는 마음으로 바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Q. 쉽지 않은 도전이셨을 텐데요.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A. 평소 계단 오르기를 꾸준히 해왔기에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대회 날짜가 가까워지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내가 저 롯데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고개를 들더라고요. 그래서 대회 한 달 전부터는 본격 훈련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집에서는 아파트 지하 2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고, 엘리베이터로 내려와서 다시 오르고… 이걸 반복하면서 나름 체력 단련을 했고요.

사무실에서는 출근할 때, 점심 먹고 돌아올 때 엘리베이터는 과감히 패스! 대신 계단을 이용하며 틈틈이 연습했습니다. 처음엔 조금 막막했지만, 아파트 계단을 반복해서 오르며 계산해보니 롯데타워 123층 정도면 40분 안에 충분히 가능하겠다 싶더라고요. 덕분에 대회 당일엔 큰 부담 없이, 오히려 익숙한 루틴처럼 계단을 오를 수 있었습니다.

Q. 이번 도전에 이어 등산이라든지 또 다른 도전 목표가 있으신가요?

A. 사실 이번 도전을 통해 ‘내가 무슨 대단한 걸 해냈다!’는 거창한 성취감보다는, “내년에는 좀 더 빨리 완주해보자!”는 현실적이고 소소한 목표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좀 더 큰 바람이 생겼습니다. 저처럼 같은 길을 걷는 환우 분들과 함께 도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죠.

물론 다리나 발목 등 불편한 분들도 많아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준비를 잘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하니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직접 느꼈기에 함께 도전할 수 있는 분들도 분명 계실 거라 믿습니다.

요즘은 예방요법이 기본이 된 시대잖아요. 그에 더해 지속적이고 안전한 운동 습관을 들이는 환우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건강을 위해 함께 걷고, 오르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Q. 평소에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시는지요?(운동, 유지요법 등) 운동을 하신다면 환우분들을 위해서 자신만의 노하우와 방법 등을 소개해 주십시오.

A. 별다른 비법이나 대단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다만 하나, 예방요법은 주 2회, 그리고 자유 수영은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 루틴을 5년 넘게 이어오다 보니, 예전처럼 관절이 악화되는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사실 예전엔 관절 상태가 훨씬 더 좋았죠.

한번 나빠진 관절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걸 몸소 체감했기에, 더 나빠지지 않게 지키는 것이 지금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뒤늦게 철이 든 셈이지만, “이걸 진작 시작했더라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솔직히 있죠.

그래도 지금이라도 시작했기에, 이렇게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Q. 출혈로 인해 가장 큰 위기가 발생했던 경험과 이를 극복한 사례를 말씀해 주세요.

A. 대학생 시절, PC방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PC방이라 밤샘 근무도 혼자였는데, 어느 날 새벽녘부터 팔꿈치가 갑자기 퉁퉁 붓기 시작했어요.

순간 ‘이거 큰일이다’ 싶었지만, 도와줄 사람도 없고 손님은 계속 있고… 그저 사장님과 아침 교대할 때까지 이를 악물고 버텼던 기억이 납니다. 겨우 교대하고 재단의원으로 직행, 약 처방을 받아서 겨우 살았죠. 당시엔 자가주사도 몰랐던 시절이라 그야말로 생고생이었고요. 그 일을 계기로 자가주사를 배우고, 약도 항상 여유분을 챙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고생이 전화위복이 된 셈입니다. 이젠 위급한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대처할 수 있고, 예방요법을 꾸준히 하다 보니 그런 응급 상황 자체가 거의 없어졌거든요.

이제는 그때 이야기를 꺼내면 "아, 그건 호랑이도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지~" 하고 웃을 수 있게 됐습니다.

Q. 현재 종사하고 계신 직업과 출혈 위험 발생요소 간의 상관관계가 있으신지요? 만약 없다면 선생님의 직업을 다른 환우 후배들에게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IT 사무직이다 보니, 다행히 육체적으로 무리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 덕분에 출혈 위험도 비교적 낮고, 몸 상태에 따라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여유도 있는 편이죠.

그래서 저희 환우 분들께도 한 번쯤 고려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추천 드립니다. 물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중간 중간 스트레칭과 짧은 산책은 필수! 움직이지 않으면 관절이 먼저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라고요.

Q. 즐기시는 취미활동이 있으시면 소개해 주십시오.

A. 아내와 함께하는 동네 산책과 숨은 맛집 탐방이 저희 부부의 소소한 일상입니다.

멀리까지 일부러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고요, 집에서 슬슬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안에서 산책하듯 돌아다니다가 새로 생긴 가게나 독특한 분위기의 가게를 발견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우연히 찾은 괜찮은 가게는 지인들에게 소개하기도 하고, 같이 다시 찾아가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죠. 거창한 취미는 아니지만, 일상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할까요?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Q. 여행을 즐기신다면 여행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시는지요?(해외여행 포함해 약품, 현지 병원 파악 등)

A. 국내든 해외든 여행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다만 문제는… 집순이 아내를 설득하는 게 여행만큼이나 큰 도전이라는 거죠.

그래서 여행을 계획할 땐 거의 회사 보고서 수준으로 준비합니다. 일정, 경비, 이동 동선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하며 아내의 허락을 얻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돌입하죠.

알뜰하고 꼼꼼한 성격이라 설득이 쉽진 않지만, 일단 승낙만 떨어지면 저도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하는 편이라 결국엔 늘 좋은 추억으로 남더라고요. 약은 항상 넉넉히 챙겨 가지만, 그동안은 현지 병원 정보까지는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다녔던 게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병원 위치나 응급 연락처 정도는 꼭 체크해두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즐거운 여행도 결국은 안전이 기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