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김준형 님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북에 거주 중인 8인자 환우 김준형이라고 합니다.

Q. 혈우병임을 인지하고 난 후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가장 생각나는 에피소드 두 개가 떠오르네요. 저는 학창시절 주위 친구들에 혈우병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과 ‘그런 병을 가지고 있는 걸 알면 나를 약한 아이로 보는 게 아닐까?’ 라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갈 무렵, 새로 바뀐 담임선생님과 부모님이 면담 중 혈우병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선생님께서 공개적으로 저의 병을 친구들 앞에서 동의 없이 말하셨을 때 숨겼던 무언가를 들킨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들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대학교 재학 당시 왼쪽 팔꿈치 출혈이 빈번하게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회사에 취직한 뒤 출혈의 빈도도 더욱 많아지고 통증도 심해져서 수술받기까지 굉장히 힘들게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Q. 선생님의 공개 후 학교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선생님께서 ‘이 친구는 혈우병을 가지고 있어’라고 특정하지는 않고 ‘몸이 아픈 친구니까 물리적인 체벌을 할 수 없다’ 또는 아주 가벼운 벌을 서더라도 제외해 주셨거든요. 물론 물리적인 체벌은 출혈에 있어서 직접 연관이 되니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과잉보호 받아 불편했었던 기억이 있었어요.

당시 친구들이 그런 상황을 보고 물어봤었던 기억이 있는데 ‘피가 나면 잘 멎지 않고 멍이 잘 드는 병이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곤 했어요. 물론 그 이후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더라구요. 워낙 활동하는 걸 좋아하고 친구들과 체육활동도 무리 없이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학년이 바뀌고서는 그 영향이 있어서인지 부모님께 선생님에게 그런 말씀을 하지 말아 달라고 했었어요. 그렇게 쭉 고등학교까지 큰 무리는 없이 학교생활은 지나갔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교내 보건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은 꼭 본인에 대한 병을 알고 계셔야 하지 않을까 해요. 24시간 중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길기 때문에 출혈이 발생한다면 교내에서 빠르게 인자응고가 투여되어야 하니까요. 철없던 어린 시절은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40대를 바라보는 현 시점에서는 성장기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Q. 통증이나 출혈을 잘 이겨낸 에피소드도 소개해 주세요.

14년 전 에피소드네요. 회사 이직을 고려 중이었을 때 더 이상 팔꿈치를 방치하지 말고 수술을 받겠다고 다짐하고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혈우재단의 도움을 받아 당시 동서신의학대학병원(현 강동 경희대병원)에서 왼쪽 팔꿈치 관절경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시간은 3시간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수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술 뒤 팔꿈치 관절을 둘러싸고 있던 활액막들이 사라진걸 보고 속으로 얼마나 통쾌했던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글을 통해 많은 도움을 주셨던 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Q. 수술을 받으시기 전에는 예방요법 등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으셨나요?

네 맞습니다. 수술 전에는 규칙적으로 주사를 하지 않았어요. 물론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를 많이 했었는데 당시에는 공을 많이 차도 발목관절이 아프다는 걸 느끼진 못했어요. 그 성장기 때 발목 관절이 약해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오래달리기, 축구, 강도가 심한 등산은 자제했고요.

그런 강도 있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간혹 발목관절에 자연출혈이 일어나긴 했지만요. 현재도 양쪽 발목은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면 관절이 굉장히 약해져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자연출혈이 나지 않고 일상생활은 문제가 없어 발목에 무리되는 운동은 제외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팔꿈치는 어릴 때 크게 다쳤다거나 출혈이 발생한 적도 없었고 팔을 쓰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학교 때부터 자연출혈이 나기 시작했고 팔꿈치 각도는 잘 나왔지만 출혈 빈도가 너무 심해져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끼치거나 일상생활도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어져서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술 이후에 제가 좀 더 신경 써서 관리했어야 하는데 수술 후 자연출혈도 없어지고 정상 생활이 가능해지면서 헬스를 무리하게 한 부분이 현재 수술 전보다 조금 상태가 안 좋아지지 않았나싶어요.

팔꿈치 관절경수술을 받은 지 14년이 되었는데요. 수술 전에도 잘 나왔던 수축, 이완 각도가 점차 안 나오게 되더라고요. 한번 수술한 곳은 시간이 지나면 팔꿈치를 감싸는 근육들이 수축되면서 그런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출혈 빈도도 2년 전부터 간혹 생기기도 했었고요. 그 원인 중 하나가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발생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2년 전 다시 진료받기 시작하면서 재수술을 받아야 할지, 아니면 팔꿈치 각도나 출혈 빈도를 지켜보면서 유지해 나가는 걸로 가야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결론적으로, 교수님 조언을 따라 팔꿈치에 부담이 가는 운동 자제, 주기적인 예방요법 , 팔꿈치 통증 체크 등을 하면서 1년 정도 지켜봤고 자연출혈이 년 3~4회 있었던 부분도 개선되었고 팔꿈치 각도도 현 상태에서 더 심해지지 않아서 이 상태를 유지해나가는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Q. 직업과 맡은 업무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외국계 기업에서 소재 관련 제품을 만드는 생산 오퍼레이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 일에 종사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신 적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십시오.

신입사원 시절에는 실험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주로 맡은 업무는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료들을 품질 분석하여 합격‧불합격 판정을 내는 업무였는데 제품이 만들어지기 전 가장 첫 단계인 품질분석을 한다는 게 자부심이 있었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이 주변 일상생활에 접목되어 사용되는걸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Q. 현재 종사하시는 직업으로 인한 출혈 위험은 없으신지요?

사무업무와 현장업무를 같이 보고 있지만 워낙 자동화가 잘 되어있어 업무로 인한 출혈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출혈이란 게 업무에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어 언제라도 자가주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Q. 외국계 회사로 입사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을까요?

혈우인으로써 취업에 대한 고민이나 갈등이 굉장히 많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학창시절 실업계를 선택해서 가게 되었는데 그때 성적별로 선택된 전공이 대학교까지 쭉 이어져서 운 좋게 전공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취준생들은 저보다 능력이 더 뛰어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제가 취업할 때보다 경쟁도 심해졌고 스펙도 워낙 뛰어나시더라고요.

저도 선망하던 기업이 있었으나 자질이 부족해 문턱에서 많이 미끄러졌고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어학이었습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은 취업 전이나 취업 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하므로 제2외국어를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 기업에서는 안전관련 규제나 이슈가 많아 안전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전공 자격증 보유 여부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습니다. 혈우병으로 약 2년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지고 더 빠른 졸업이 이루어지겠지만 그 2년으로 군필보다 강력한 무기를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졸업 후 원하던 기업에 입사하지 못하고 규모가 더 작은 기업에 입사했습니다. 그 2년을 더 강력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경력을 쌓고 실무능력, 관련 자격증을 더 취득하고 더 성장 가능성 있었던 외국계 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취준생 여러분 어려운 시기에 다들 고생이 많으신데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Q. 평소 출혈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꾸준히 하시는 운동이나 체중관리 방법을 추천해 주십시오.

출혈관리는 주기적으로 예방요법을 하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계획적인 예방요법을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사용 중인 응고인자 약품의 반감기 검사를 받고 제약사 어플을 이용하여 출혈기록, 투여기록, 반감기 체크 등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평소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골프, 야구, 헬스를 젊은 패기로 무리하게 하다 결국 2년 전 20대에 수술 받은 팔꿈치의 통증이 심해져서 강동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님과 소아청소년과 교수님에게 1년에 한번 진료를 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예방요법을 하더라도 관절이 한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라 교수님의 조언을 참고하여 현재는 저중량 위주의 웨이트 트레이닝,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체중도 80kg에서 현재 72kg을 유지 중인데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고 유산소까지 가능한 수영을 추천드립니다!

혈우인들에게 운동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앞으로도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다들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Q. 최근에야 예방요법을 시작하셨다고 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20대에 받았던 팔꿈치 관절경수술 후 상태가 너무 좋아져 방심한 채로 최근 몇 년 전부터 무리한 운동(고중량 헬스, 골프)을 해서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깨닫고 수술을 받았던 해당 병원에서 주기적인 관리를 위해 진료를 받으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아직 규칙적인 예방요법을 하지 않으시는 환우가족들을 위해 예방요법의 장단점을 설명해 주신다면?

예방요법의 단점은 단 한 가지도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나는 원래 건강하니 예방요법을 안하고 출혈이 있을 때만 맞아도 상관없어’라고 생각하신다면 이미 출혈이 발생했을 때는 부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향후 어떤 심각한 손상으로 다가올지 모릅니다. ▲예방요법을 통해 주관절(팔꿈치, 발목, 무릎 등)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예방요법은 정상 범위의 응고인자 펙터를 올려주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있어서 심리적 안정을 줍니다. ▲예방요법을 하지 않았을 때 출혈 부위가 큰 부분에 자연출혈이나, 어떠한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신체에 손상이 심해집니다. 만약 예방요법 시행 후 반감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경미한 자연출혈은 스스로 치유될 것이며 큰 부위에 출혈이 나더라도 긴급 투여를 하기 직전까지 적은 신체 손상을 주게 될 것입니다. ▲예방요법이나 출혈 원인 등 투여기록을 잘하시면 환우 몸 상태에 따라 가능한 운동, 하지 말아야 운동을 구분할 수 있으므로 큰 도움이 됩니다. 다들 저보다 잘하시겠지만 꼭 예방요법하시면서 지금보다 더 건강한 생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최근 열심히 하시는 취미활동이 있으시다면?

수영에 푹 빠져 있습니다. 23년 9월부터 시작해서 아직 1년이 되지 않아서 부족한 실력이지만 현재는 상급반에서 강습 중이며 수영 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실력을 더 쌓아서 곧 동호회 사람들과 오픈워터(강, 바다) 수영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Q. 여름휴가철을 맞아 좋은 곳을 추천해 주세요.

얼마 전 일본 효고현 고베를 다녀왔는데요. 3박4일 일정으로 너무 기억에 남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고베시는 인구 약 100만 정도의 도시로 멋진 야경과 유럽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입니다. 대표적인 관광코스로는 ①고베 하버랜드-항구도시의 멋진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 ②고베 모토마치 상점가-이국적 정취가 가득한 대표적인 상점가 ③고시엔 야구장-100년의 역사를 지닌 야구장으로 한신타이거즈의 홈구장이며 고교야구 결승전이 열리는 곳. 투어 신청 시 경기장 내외부를 둘러볼 수 있고 한신에서 활약했던 오승환 선수도 역사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음 ④고베 산노미야역 번화가-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 많고 한큐백화점 등이 있음. 고베라면 빠질 수 없는 고베규를 꼭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⑤고베 기린 맥주공장 투어-일본을 대표하는 맥주브랜드 중 하나로 투어 신청 시 양조장 및 생산 현장을 직접 보실 수 있으며 공장에서 생산된 오리지널, 프리미엄, 흑맥주를 시음하실 수 있음 ⑥아리마 온천-일본의 3대 온천 중 하나로 천년의 역사를 지녔다고 합니다. 료칸을 이용하면 탄산천, 허브온천, 노천탕을 즐길 수 있고 료칸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아리마 온천 먹거리 코너에서 특별한 음식들도 즐기 수 있습니다.(주요 먹거리:탄산센베, 아리마 사이다, 만쥬)